에볼라(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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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그림자
"D여대가 아프리카 아이들을 초대한다." 서아프리카에서 공포의 에볼라가 한참 창궐하고 있던 2014년 8월 초, D여대 한 여학생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에 유언비어성 글을 올렸다. 그 대학이 추진하는 유엔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 행사에 에볼라가 창궐하고 있는 아프리카 참가자들이 참여한다고 해서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논지였다. 이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로 급속히 퍼졌고 인터넷 각 포털 사이트마다 '서울 D여대'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마치 아프리카 참가자들이 그 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에 입국하면 에볼라가 확산되어 끔찍한 참사라도 벌어질 듯, 인터넷에서는 '당장 아프리카인들의 입국을 취소해야 한다', '살고 싶다' 등 난리가 났다. D여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2020.06.12 -
푸시&풀, 신종 전염병의 계속되는 출현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자연 숙주라고 불리는 동물 집단 내에서 그 바이러스가 효율적으로 유지되고 있어야 가능하다. 자연 숙주 집단 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유행하기 위해서는 감염 개체가 최소한 다른 한 개체 이상의 개체를 감염시켜야 바이러스 유행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한 개체가 감염시킬 수 있는 평균 개체 수를 뜻하는 전문 역학 용어로 이것을 '기본 감염 재생 지수'라고 한다. 기본 감염 재생 지수가 높을수록 전염력은 강하게 나타나며, 반대로 낮을수록 바이러스 전염이 급격히 떨어진다. 바이러스 유행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일단 그 집단 내 개체수가 충분히 존재하고, 숙주 개체가 서로 빈번한 접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전염성이 강한 홍역 바이러스를 예로 들어보자. ..
2020.04.26 -
바이러스 시한폭탄, 중국 재래시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중국 재래시장이 신종 바이러스 화약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실 오래전부터 전염병 전문가들은 각종 동물 거래가 빈번한 중국 재래시장을 '신종 바이러스가 언제 터질지(출현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거점지역'으로 지목, 주시해왔다. 2013년 중국에서 출현한 H7N9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창궐할 때 이미 예견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왜 하필이면 중국 재래시장일까? 중국 재래시장은 가축뿐 아니라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각종 야생동물을 현장에서 도축해 팔거나 거래하는 곳이다. 거기에서 파는 가출 동물들을 상상해보라. 이 동물들을 여기저기 여러 마을에서 사가지고 왔을 것이다. 마치 쇼핑하듯이, 아니면 마을 어딘가에서 농작물 내다 팔듯 가져왔을 것이다..
2020.04.26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중국 우한의 비극!
"글로벌 위험이라는 것은 운명처럼 우리에게 닥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손과 머리의 합작품이며, 기술 지식과 경제적 이익 계산과 결합에서 나온다." 독일 사회학자 올리히 벡이 그의 저서 에서 했던 말이다. 2020년 1월 30일, 세계 보건기구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세계를 위험으로 몰고 가고 잇는 주범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병원체, '2019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다. 이번에는 대도시였다. 세계 최대 인구대국인 중국의 후베이성 우한 지역이다. 우한은 중국의 동서남북을 이어주는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 양자강이 가로질러 흘러가는 중국 본토의 강호 지역 가운데 위치한 곳, 삼국지에서 그 유명한 적벽대전이 일어났던 인근 지역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가 이처럼 대도시에서 발원한..
2020.04.26 -
방치된 감염자
메르스 감염자는 누구든지 다른 사람에게 메르스를 옮길까? 그렇지 않다. 특정 집단 내 전염병이 발생하면 감염자 누구나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실상은 모든 감염자가 동일한 전파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감염자의 접촉으로 인한 2차 감염자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엄격한 격리 통제까지 받게 된다. 그래서 다수의 감염자는 다른 사람에게 2차 감염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2003년 싱가포르에서의 사스 사례들을 예로 들면, 사스 감염자의 81%는 다른 사람을 감염시킨 사례가 없었다. 소수의 슈퍼 전파자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전염병을 확산시킨다. 1997년 옥스퍼드대학 울 하우스는 과거 전염병의 전파율 측정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많은 전염병 발..
2020.04.26 -
슈퍼전파자, 전염병 확산의 키워드!
"슈퍼 전파자를 찾아내 통제하는 것이 사스를 통제하는 핵심 열쇠이다." 사스 유행이 정점에 달했던 2003년 4월, 세계 보건기구 관계관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전염병 역학 분야에서 '슈퍼전파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역학자들 사이에서 사용되어온 용어였다. 일반 대중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슈퍼 전파자를 폭넓게 인식하게 된 계기는 2003년 사스 유행 때이다. 2003년 사스 유행 때 주요 슈퍼 전파자의 사례를 살펴보자. 사스 출현 당시 첫 번째 슈퍼전파자는 2002년 12월 중국 남부 광둥성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요리사로, 그 환자는 사스에 걸린 후 치료 차 한 지역 병원에 입원했다가 추가로 8명을 감염시켰다. 이 환자로 인하여 다음 해 1월, 광둥성에 사스가 급증하는 시발점을 제공했고, 중국 남부..
2020.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