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시한폭탄, 중국 재래시장

2020. 4. 26. 07:10바이러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중국 재래시장이 신종 바이러스 화약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실 오래전부터 전염병 전문가들은 각종 동물 거래가 빈번한 중국 재래시장을 '신종 바이러스가 언제 터질지(출현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거점지역'으로 지목, 주시해왔다. 2013년 중국에서 출현한 H7N9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창궐할 때 이미 예견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왜 하필이면 중국 재래시장일까?

 

중국 재래시장은 가축뿐 아니라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각종 야생동물을 현장에서 도축해 팔거나 거래하는 곳이다.

거기에서 파는 가출 동물들을 상상해보라. 이 동물들을 여기저기 여러 마을에서 사가지고 왔을 것이다. 마치 쇼핑하듯이, 아니면 마을 어딘가에서 농작물 내다 팔듯 가져왔을 것이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보면 재래시장은 여러 지역의 다양한 동물과 함께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모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오리가 가지고 있던, 닭이 가지고 있던, 야생조류가 가지고 있던 다양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이 재래시장에 모이면서 바이러스 뒤섞임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2013년 중국 상해에서 H7N9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탄생했다.

대부분 감염자는 중국 재래시장들을 중심으로 생닭이나 생고기를 만지는 과정에서 감염되었다. 중국에서만 1,568명이 H7N9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중 766명이 사망했다. 엄청나게 치명적이다.

다행히 2017년 가금조류에 H7N9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진정되었다. 그러나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또다시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날 여지는 항상 도사리고 있다. 중국 조류 인플루엔자가 근절되지 않는 한, 재래시장에서 각종 가출 판매를 전면 중단하지 않는 한, 야생조류에서 바이러스가 제거되지 않는 한 말이다.

 

재래시장에서는 가축만이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도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그곳에서 팔고 잇는 야생동물이다.

중국 우한에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에 야생박쥐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2020년 1월 22일 자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드>에 실린 중국 우한 재래시장 탐사 기획보도를 보면, 그 재래시장은 수산물을 사고파는 재래시장이라고는 하지만 닭, 당나귀, 양, 돼지와 같은 가축뿐 아니라 여우, 오소리, 쥐, 고슴도치, 뱀, 박쥐, 사향고양이 등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을 파는 게들이 즐비하다. 중국 우한 대중 목축 야생동물 가게의 메뉴판 사진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그 기사에 따르면, 그 가게에서 고기로 판매하는 야생동물만 해도 42종이나 된다.

이들 야생동물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누군가가 돈벌이를 위해 야산을, 들판을, 양자강을, 호수를 뒤져 그러한 동물들을 잡아왔을 것이다. 어디서 언제 잡았는지도 모를 것이며, 건강상태가 어떤지도 모를 것이다. 그 동물들이 우한 재래시장의 좁은 케이지에 갇혀 팔려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게에서 주문한 소비자가 보는 앞에서 바로 동물을 비위생적으로 비윤리적으로 도축하여 팔았을 것이다. 그래서 상인과 소비자들이 야생동물 또는 그 생고기에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이들 야생동물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바이러스들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며, 가축과 야생 동물들이 접촉하는 과정에서 이들 바이러스들이 뒤섞여 신종 바이러스가 생성될 수 있고, 도축하거나 도축한 생고기를 만지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감염시킬 위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재래시장 야생동물이 신종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역할을 하게되는 것이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출현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잇다. 실제로 2020년 1월 진행된 우한 재래시장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재래시장 내 야생동물 판매 가게에서 집중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중국 질병통제센터의 발표가 그러한 가능성을 강력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신종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출현하는 경로가 비단 이것뿐이겠는가?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는 여건은 언제 어디에나 있을수 있다.

그 배경에는 푸시&풀(Push&Pull)' 이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