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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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주인공, 최초의 발견자들
19세기 말, 인류에서의 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하는 역사의 무대에 세명의 과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독일 아돌프 마이어 Adolf Mayer, 러시아 드미트리 이바노프스키 Dmitri Ivanovski, 그리고 네덜란드 마르티누스 베이에린크Martinus Beijerinck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 당시 이 과학자들은 사회적 요구에 의해 담배 괴질의 정체를 밝혀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었다. 첫 번째 주인공 아돌프 마이어는 네덜란드 농업 시험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가 재직하고 있던 당시, 네덜란드 담배산업은 담배 괴질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그 괴질의 원인을 구명하는 것은 그가 농업 연구기관의 장으로 있는 한 어쩌면 당연한 과업이었을지도 모른다. 우선 그는 발생 농가를 방문..
2020.05.07 -
모자이크 바이러스
바이러스의 발견, 그것은 우열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인류 역사에서 바이러스가 사회집단의 안전까지 위협하던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그것이 바이러스란 존재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노 입자 같은 물질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20여 년 전, 그때서야 과학자들은 세균이 아닌 제3의 미지의 물질, 즉 무언가 전염성을 가지는 물질이 존재하여 전염병이 유행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담뱃잎에 반점이 생겼다가 결국에는 말라비틀어지게 하여 쓸모없게 만드는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 Tobacco mosaic virus가 그러한 인식의 시초를 제공했다. "처음 발견한 바이러스가 사람 바이러스가 아니고, 왜 하필 담배 바이러스였을까? 그리 중요해 보이지..
2020.05.05 -
주연배우의 출현
지구 상에서 원시 바이러스가 탄생한 초기, 바이러스는 어떻게 자신들을 유지하면서 생존해왔을까? 원시 바이러스도 오늘날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숙주가 단세포 생명체에 기생하는 순간부터 그들이 서식하는 기간은 그 숙주가 살아있는 동안으로 제한되었을 것이다. 숙주가 죽어버린다면, 바이러스도 그 숙주에서 더 이상 증식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숙주 개체로 옮겨가야 한다. 바이러스가 숙주 개체 간 전염을 통해서 바이러스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그들이 서식하는 숙주가 어느 정도 이상 규모의 집단을 형성하고 있어야 하고, 밀접하게 교류하고 잇어야 가능하다. 오늘날, 우리의 바닷속에는 1L당 수십억 개의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이와 같은 엄청난 바이러스의 밀집성은 바이러스가 서식하는 숙주, 특히 세균 또한 그만큼 풍부하다는 ..
2020.05.04 -
닭과 계란 딜레마
2010년 6월, 영국 워릭 Warwick대학의 마르크 로저 Mark Rodger 연구팀과 영국 세필드 Sheffield 대학의 콜린 프리만 Colin Freeman 연구팀은 독일 화학협회에서 발간하는 저명 학술지 에 라는 한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이 게재되자 영국 워릭대학은 언론 보도를 통해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에 대한 수천 년간 이어진 난제에서 '닭이 먼저'라는 것에 부분적으로 어떤 힌트를 제공할지도 모른다고 발표했다. 이를 영국 잡지에서 닭이 존재하는 특정 효소가 없으면 계란이 생길 수 없다는 한 공저자의 인터뷰 내용을 실으면서 마치 '닭이 먼저'라는 결론을 제시했다는 제목의 과장된 기사를 내보냈고, 전 세계 언론들도 여기에 가세하여 그것을 기사화했다. 국내 일부 언론에서도 이를 기..
2020.05.04 -
온순하지만 때로 난폭한
평균 직경 100nm(나노미터, 길이 단위의 일종이며 10억 분의 1m)!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자에 단백질 껍데기를 뒤집어쓴 이 단순하고 작은 나노물질에 불과하다. 이러한 바이러스는 세포를 임대하여 살아가는, 매우 전략적인 선택을 구사한다. 바이러스가 구사하는 임대방식은 아파트 전월세보다는 빌트인 콘도나 오피스텔 임대라고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은 숙주세포에 달렸다. 거꾸로 말하면 숙주세포가 존재하는 한 바이러스는 서식처를 보장받는다. 바이러스는 '자연 숙주'라는 정해진 서식처에서 살아간다. 거기에서 바이러스는 숙주에 큰 위해를 가하지 않는 선에서, 즉 숙주의 면역체계라는 무기가 무리하게 가동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번식을 하고, 숙주 역시 바이러스를 무..
2020.05.03 -
아군끼리 경쟁하기
2010년, 우리 연구팀은 닭에게 치명적인 뉴캐슬병을 예방할 수 있는 국산 백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국내 백신업체들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조류에 서식하는 10여 개의 파라믹소 바이러스들 중 첫 번째 종으로 분류되는 이 바이러스는 일주일 내 양계장 닭들을 100% 죽일 수 있는, 매우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양계산업에서 공포의 대상이다. 주변 아시아, 중동 지역, 아프리카 등지에서 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양계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질병을 근절하는 데 성공한 것이 국내 양계산업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뉴캐슬병 바이러스 중에는 닭에 매우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있는가 하면, 닭을 죽이지 않는 착한 바이러스들도 자연계에 존재한다. 우리 연구팀은 그런 착한 바이러스를 자연계에서 찾아내어 백신용 종자 ..
2020.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