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주인공, 최초의 발견자들

2020. 5. 7. 01:17바이러스

19세기 말, 인류에서의 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하는 역사의 무대에 세명의 과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독일 아돌프 마이어 Adolf Mayer, 러시아 드미트리 이바노프스키 Dmitri Ivanovski, 그리고 

네덜란드 마르티누스 베이에린크Martinus Beijerinck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 당시 이 과학자들은 사회적 요구에 의해 담배 괴질의 정체를 밝혀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었다.

 

첫 번째 주인공 아돌프 마이어는 네덜란드 농업 시험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가 재직하고 있던 당시, 네덜란드 담배산업은 담배 괴질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그 괴질의 원인을 구명하는 것은 그가 농업 연구기관의 장으로 있는 한 어쩌면 당연한 과업이었을지도 모른다. 우선 그는 발생 농가를 방문해서 괴질에 걸린 담배들을 관찰했다.

괴질 레 걸린 담배 잎사귀들의 초기 증상이 공통적으로 모자이크 모양의 반점이 생기는 것임을 관찰하고, 그 괴질에 '담배 모자이크병'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는 괴질에 걸린 담배 잎사귀를 수집하고 채취해서 괴질의 원인 구명에 나섰다. 우선 담배 모자이크병에 걸린 담배 잎사귀로 액상즙을 추출했다. 그리고 그 즙을 여과지로 걸러서 신선한 담배 잎사귀에 발랐다. 그러자 담뱃잎에 반점이 생기며 말라비틀어졌다. 괴질의 임상증상이 그대로 재현되었다. 담배 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이 전염성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여과지에 즙을 여러 번 걸러서 접종했을 때는 담뱃잎에 병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담배 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세균의 일종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1886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그 이후에도 계속 세균이 원인체라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두 번째 주인공은 러시아 생물학자 드미트리 이바노프스키였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생이었던 그는 1890년 러시아 크리미아 지역에서의 담배 모자이크병 피해 실태 및 그 원인을 조사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우선 담배 모자이크병에 걸린 담배 잎사귀를 채집하여 즙을 추출하였다. 그리고 즙액 여과는 마이어가 한 방식과는 다른 방식을 취했다. 그는 세균이 여과하지 못하는 삼베랑 도자 여과기 Chamberl and filter를 사용해서 담뱃잎 즙을 여과시켰다. 그다음 그 즙액을 신선한 담배에 발랐다. 그러자 대부분의 잎사귀에서 담배 모자이크병이 나타났다.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과학원에서 담배 모자이크병의 원인에 대해 발표하며, 그 병을 일으키는 원인체는 세균이 아니라 세균이 분비한 독소라고 결론지었다. 당시 바이러스 존재 자체가 인식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삼베랑 도자 여과기를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독소뿐이라고 믿고 싶었을 것이다.

 

마지막 주인공은 네덜란드 델프트 기술학교에서 일하고 있던 미생물학자 마르티누스 베이에린크였다. 그의 부친은 담배 모자이크병 유행으로 파산한 담배 상인이었다. 분명 아버지의 사업을 망쳐버린 담배 모자이크병의 정체를 파헤치고 싶었을 것은 자명했다. 베이 에린 크는 아돌프 마이어가 담배 모자이크병 원인을 조사할 당시 그와 같이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담배 모자이크병이 세균이라는 결론을 내린 이후 그는 마이어의 실험 결과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베이에 린크에게 다시 조사할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는 마이어와 다른 접근방식으로 원인 구명에 나섰다. 그도 이바노프스키가 실험한 방법과 동일하게 도자 여과기로 감염된 담뱃잎 추출액을 여과하여 신선한 담배에 인공으로 감염시켰다. 예상했던 대로 담뱃잎에서 모자이크병 소견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이바노프스키의 결론과 달리, 담배 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물질이 세균이 분비한 독소가 아니라고 믿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감염된 담배 잎사귀로부터 액을 추출하여 다양하게 희석하고 다시 신선한 담배에 접종하는 실험을 반복했다. 담배 추출액을 희석하여 접종하여 병증은 동일하게 재현되었으며, 그 원인물질은 담배 식물에서 증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추출액을 3개월 동안 방치하여도 담뱃잎에서 병증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 원인 물질이 세균 독소가 아니며 어떤 전염성 액상물질, 즉 '바이러스'라고 결론을 내렸다.

 

세명의 과학자는 6년 간격으로 순차적인 결과를 도출하며 담배 모자이크병의 원인을 밝히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1886년 아돌프 마이어는 원인물질의 전염성을, 1892년 드미트리 이바노프스키는 원인물질이 여과성 물질임을,

1898년 베이에린크는 원인물질이 비세균성 전염성 물질임을 밝혔다. 바이러스학의 역사는 이들 세명의 과학자에 의해서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들이 시도한 바이러스의 존재 입증 방식을 이어받아 동물(구제역 바이러스)에서, 그리고 그 후 사람(황열 바이러스)에게도 바이러스가 전염병을 일으키는 원인체라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과 사람에게도 바이러스가 전염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히는데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베이에 린크가 바이러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액상물질'이라고 주장했다. 그것은 그 실체가 액상물질인지 입자성 물질인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1935년에 이르러서 웬들 스탠리 Wendell Stanley가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의 입자를 결정화하는 데 성공했다. 담배 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물질이 입자성 물질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그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웬들 스탠리는 1946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 이후 전자 현미경이 개발되면서 1939년 구스타프 카우 시 Gustaf Kaushe, 에드가 판 구흐 Edgar pfankuch, 헬무트 루스타Helmut Ruska 등에 의해서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 입자의 실체를 처음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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