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과로가 깨운, 바이러스 질병

2020. 5. 9. 07:01바이러스

한국인은 언제나 피곤하다?

언론에서 잊을 만하면 기사거리로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일할 수 있을 때 뼈 빠지게 일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미덕이라는 관념이 여전하다.

직장 또는 개인 사업장에서 하루 10여 시간씩 심지어 휴일 없이 일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사회적 인적관계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성공의 지표로 남아있어 각종 저녁 모임, 직장 회식 등으로 밤까지 너무 바쁘다. 오로지 일하고 돈 버느라 휴가도, 쉴 겨를도 없다. 언제나 피곤하고 힘들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만들어낸 사회적 질병, 대상포진! 50대 후반의 사람들 중 업무와 사회생활로 인한 과로로 인하여, 대상포진에 걸려 고생한 분들을 많이 보아왔다. 어떤 분은 안면마비가 와서 한참을 고생하셨고, 어떤 분은 등짝에 바늘로 찌르는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고통을 받았다.

이 질환은 면역력이 약화되고, 신체적 스트레스가 많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주로 발병한다.

최근에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일반인 3명 중 1명 꼴로 걸릴 만큼 매우 흔한 질병이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만 무려 64만 명에 달한다.

 

이 질병은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일종인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가 일으킨다.

어릴 적 수두를 앓고 난 후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고 몸속 신경 조직에 바이러스 입자 형태가 아닌 유전자 게놈 형태로 숨어있는 것이다. 유전자 형태로 숨어있으니 면역세포에 발각되는 일 없이 존재한다. 매우 영악한 녀석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나 노화가 진행되면 면역력이 저하되어 면역세포의 감시망이 약해지는 틈을 타, 신경세포에 숨어 지내던 바이러스는 기지개를 켜고 다시 활동을 개시한다. 되살아난 바이러스는 말초 신경 조직을 따라 증식하기 시작하고 증식된 신경부위에서 염증이 생긴다. 그로 인해 감염된 신경세포 부위를 따라 띠 모양으로 피부 물집이 나타나, 대개 살짝 스치기만 해도 바늘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흔하지만 만만치 않은, 수두 바이러스

 

학교 개학시즌과 겹치는 환절기가 다가오면 찾아오는 유쾌하지 않은 바이러스 불청객이 저학년 학생들 사이에 유행한다는 뉴스는 매년 반복적으로 방송을 타고 흘러나온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법정 감염병(국가가 관리하는 대상 질병) 중 가장 많이 발생한 질병을 꼽으라면 단연 수두와 유행성 이하선염이다. 2014년 기준, 수두는 4만 4,450명이 감염되어 1위를, 이어서 유행성 이하선염은 2만 5,286명이 걸려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전염병이었다. 이들 질병은 최근 들어 매년 발생 건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두는 유치원생에게 많이 걸리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수두를 일으키는 법인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중 하나인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이다. 감염된 아이의 기침, 구강 분비물, 몸에 생긴 물집 속에 다른 아이를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들이 들어있다. 그래서 감염된 아이의 주변을 오염시키므로, 오염된 부위를 손으로 만지거나, 그 공간에 남아있던 물집에서 새어나온 바이러스액이 말라서 먼지처럼 날아다니다가 호흡기나 눈을 통해 다른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아마 우리의 아이도 그런 과정을 거쳐서 누군가로부터 수두를 옮았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아이의 건강, 즉 공중보건을 위해서 아이가 수두에 걸리면 무조건 유치원이나 아이들이 모이는 장소는 가지 말아야 한다. 걸린 아이는 수두가 완전히 나을 때까지, 다른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일주일 정도 유치원이나 학교를 쉬는 게 좋다고 보인다.

수두에 걸렸다 나았던 아이들에게도 바이러스는 나았지만 바이러스는 자신의 형체인 단백질 껍데기는 버리고 바이러스 게놈 유전자만 가지고 아이 몸속 신경절 어딘가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특이 체질이라서가 아니라, 이 바이러스의 특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아이의 몸속에서 유전자 형태로 잠복하고 있다면, 언젠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 나이가 들고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이 오면, 신경 속에 숨어 지내던 바이러스 게놈 유전자가 활성화 될 것이다. 그러면서 바이러스를 재생시키고 대상포진이라는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가슴 아프다. 과학과 의학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므로, 아이들이 커서 미래가 되면 숨어 다니는 바이러스도 제거할 수 있는 치료제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러기를 바라는 게 모든 이들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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