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성 전염병, A형 간염 바이러스

2020. 5. 14. 03:43바이러스

몇 년 전, 한 지인이 A형 간염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지인은 처음엔 감기 증세가 있어 며칠을 참다가 너무 피곤하고, 메스꺼움과 구토 증세가 있어서 결국 병원을 찾았다가 A형 간 간염 진단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결국 그 지인은 의사의 권유에 따라 2주간 집에서 안정과 휴식을 취한 뒤에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오염된 음식이나 식수 등을 통해 전염이 되는 수인성 바이러스이다.

그래서 공동생활을 하는 가족이나 학생, 군인들 사이에서 집단 발생하기도 한다.

A형 간염은 평균 한 달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그 지인은 아마도 한 달 전 감염자와 접촉을 했거나 무언가를 잘못 먹어서 걸렸을 것이다. 어쨌든 그 친구는 간염으로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 고생의 대가로 몸에 A형 간염 항체를 가지게 됐으니, 다시는 A형 간염에 걸릴 일은 없게 되었다. 어린이의 경우 가볍게 한번 앓고 지나가지만, 나이가 들수록 병증은 비례적으로 심하게 나타난다. A형 간염은 급성으로 진행되지 않고 완치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간혹 급성 간부전으로 간이식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A형 간염은 대표적인 환경성 전염병이다. 열악한 위생환경이 주범이다. 지금도 개발도상국가의 경우 A형 간염 바이러스는 매우 흔하다. 과거 위생환경이 열악했던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A형 간염은 매우 흔한 일이었다. 그 당시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바이러스에 걸려 자연적으로 A형 간염에 대한 면역 항체가 형성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의 40대 이상 장년층 대부분은 A형 간염 항체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위생환경이 급속히 개선되면서 A형 간염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이후 오히려 30대 이하 젊은 층에서 A형 간염 발생 사례가 급격히 늘었다. 특히 2008년과 2009년에는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이들 젊은 층은 어릴 적 깨끗한 위생환경에서 자라면서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걸릴 기회가 적기 때문에 자연면역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 A형 간염에 매우 취약한 게 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0년 이후 개인위생과 예방접종 홍보 강화로 A형 간염 환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어린이뿐만 아니라 항체가 없는 사람들은 A형 간염 예방접종을 맞아주면 좋다.

 

알고 보면 바이러스 감염이 범인인, 감기.

"당신은 살아가는 동안 바이러스에 한 번도 걸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

오늘날 우리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도 도시화, 인구밀집 등으로 알게 모르게 누군가와 수시로 접촉하며 살아간다.

대중교통의 발달로 우리는 어디에나 갈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쇼핑이나 문화생활을 하며, 누가 어떤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지 모르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우리가 그러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모든 외부 병원체를 걸러낼 수 있는 특수 멸균기 안에서 샐활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느 것도 만지지 않고 살아가지 않는 한, 어느 누구도 바이러스에 걸리는 일 없이 평생을 살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필자는 건강한 편이라고 나름대로 자부하면서 살아가지만 매년 환절기만 되면 비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비단 필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감기 증상을 자각하든 그렇지 않든 살아가면서  수백 번은 감기에 걸리면서 평생을 살아간다. 대부분의 경우 콧물이 심하게 흘러내린다. 처음에는 가느다란 수돗물처럼 흘러내리다가 점점 점도가 높아지고 누렇게 변한다. 콧구멍이 막혀서 답답하다. 남이 보지 않으면 본인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코를 후벼 판다. 손수건이나 휴지를 지참하는 것은 필수다. 가끔 기침이라도 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눈길도 의식해야 한다.

이들 바이러스 감염이 사람들 사이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이유나 코나 구강과 연결된 상부호흡기에서 바이러스들이 증식해서 콧물, 재채기나 기침 등을 통해 쉽게 외부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러스가 손에 묻거나 숨 쉴 때 바이러스가 좋아하는 부위인 코와 상부 호흡기에 쉽게 달라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우리가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살아가는 환경에서는 쉽게 전염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감기는 주로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해 나타난다.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리노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파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200종 이상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우리가 환절기나 동절기에 감기에 걸렸다고 할 때, 둘 중에 하나는 아마도 리노 바이러스에 감염 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가장 흔한 감기 바이러스가 리노 바이러스이다. 그리고 10명에 한 두 명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감기에 걸린다. 이들 바이러스는 하도 변종이 많아서, 그리고 성가시더라도 한 일주일만 고생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제약회사들은 감기 백신을 개발할 엄두도 내지 않는다. 감기는 비단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 상에 살아있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며 살아간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대량으로 사육하는 양계 농장에서의 감기 문제는 세계 어느 나라든지 자유롭지 못하다. 축사 내 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환절기와 동절기에 감기 관리는 농가 소득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아무리 농장 환경관리와 위생관리를 엄격하게 한다 해도 감기를 완벽히 예방하리라는 보장을 하지 못한다. 양계장에 감기가 돌면 닭의 사료 효율이 떨어지고, 제대로 자라거나 계란을 낳지 못한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 감기 문제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농장 이익의 성패가 좌우된다.

특히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때 아예 밤새 에어컨을 켜고 사는 집들이 많다. 실내와 실외 간 기온차가 엄청 나다. 너무 낮은 온도로 실내 생활을 하다 보면 심지어 봄, 가능 환절기보다 기온차가 더 심할 수 있다.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더운 공기로 숨이 탁 막힐 정도이다. 에어컨이 보편화되면서 우리의 기관지는 여름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환절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여름에도 콜록콜록 냉방병 감기로 고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여름에는 개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