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기>에 등장한 감염 바이러스의 공포

2020. 5. 30. 23:14바이러스

2015년 봄, 국내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2013년 개봉된 김성수 감독의 영화 <감기>가 새삼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서 밀입국한 감염 환자로 인해 경기도 분당에서 초당 3.4명 감염, 치사율 100%에 달하는 유례없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변종 인플루엔자 H5N1이 확산되어 대한민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분당 지역사회 여기저기에서 환자가 속출하고 급기야는 국가 재난사태를 발령, 도시 폐쇄, 감염 환자와 위험 집단을 격리 수용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다.

 

영화는 대중에게 공포감과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전염병이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요소와 상상력을 가미하여 포장한 창작물이다. 그래서 전염병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거의 없는 일반 대중은 영화 속의 주입된 상황과 현실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전염병 확산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공포감이 증폭된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감기는 리노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등이 일으킨다. 사실 영화에서 말하는 전염병은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므로 한글 제목 <죽음의 바이러스, 감기>가 아니라 영어 제목 <독감 The flu>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감기 바이러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전염력과 치사율이 모두 매우 높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묘사된다. 현실에서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빠른 전염력과 매우 치명적인 치사율 모두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에 그리는 변종 인플루엔자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H5 N1 인체 감염증을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처음 출현한 곳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을 지목한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지역은 아시아 독감, 홍콩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5N1 인체감염 등 신종 인플루엔자가 처음 출현하는 주요 유행 거점이라는 점에서는 합리적인 설정으로 보인다. 이 바이러스는 동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유행하며 사람에게 치사율 59%인 치명적인 바이러스이다. 그러나 현실 속의 H5N1 바이러스는 치명적이긴 하지만, 사람 간의 전염력은 거의 없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들 지역에서 수많은 가금 조류들이 폐사했지만, 동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사람 감염 건수는 2014년까지 불과 638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경우 가금 조류에서 수차례 발생하여 엄청난 가름류 동물들이 희생되었지만, 인체감염 사례가 없었다.

전염력이 강하면서 치사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 독감의 경우 치사율을 최대로 잡아도 약 2.5%로 추정한다. 그것도 1918년 당시 생활위생 상태가 매우 불량하고, 항생제, 타미플루 같은 치료제, 백신 등 치료 예방기술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 나타난 치사율이다. 현대 의학 기술로는 치유가 가능했을 세균 감염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까지 포함한 수치이다. 참고로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는 치사율이 0.0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인플루엔자는 사람 간 유행이 진행되면서 전염력은 강해지고 그 대신에 치사율은 낮아지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전염력과 치사율을 모두 겸비하는 바이러스는 그냥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필자도 영화 '감기'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은 장르이기도 하고 소재가 필자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개봉 전부터 관심이 있었고 개봉 후에 영화를 보고 나서는 와 진짜 잘 만들었다 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나름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