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사소하지 않은, 토종벌 괴질 바이러스

 세계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이내 인류는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어찌 보면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이 예언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끔찍한 것이다. 꿀벌은 단순히 우리 인간에게 달콤한 꿀만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다. 전 세계 농작물의 71%가 벌이 수분을 함으로써 열매를 맺는다. 지구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꿀벌은 수분을 통하여 식물이 번식하고 나무가 열매를 맺게 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약 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이 생산하는 농작물 생산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벌이 사라지면 지구 상에서 더 이상 꽃피는 봄을 기대하기가 어려울지 모른다. 이 문제는 비단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 상에 있는 초식동물들에게도 먹을거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초식동물이 급감하면 그것을 먹이로 삼는 육식동물도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다. 지구 상의 많은 동물들이 사라질 것이고, 결국 인간도 먹을거리가 없어 굶어 죽게 될 것이다.

 광범위한 서식지 파괴, 공기 오염, 살충제 살포 등 환경오염이 갈수록 심해짐에 따라,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각지에서 꿀벌 개체군이 눈에 띄게 급감하고 있다. 꿀벌 개체군 급감 현상은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으로까지 전 세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가속화되고 있는 꿀벌 개체군 급감 현상이 지속될 경우 생물 다양성 파괴는 물론 인류의 식량 안보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2011년 3월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환경계획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UNEP은 긴급 보고서를 통해 이대로 가다간 가까운 미래에 수만 종의 식물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1년, 그전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신종 괴질, 토종벌 유충이 번데기로 되기 전에 죽어버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이 우리나라 토종벌 농가들 사이에서 창궐하고 있었다. 토종벌에서 낭충봉아부패병을 일으키는 범인 역시 바이러스다. 범인은 피코르나 바이러스 Picorna virus에 속하는 색 부르드 바이러스 Sacbrood virus다. 색 부르드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처음 생긴 신종 바이러스는 아니다. 1904년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이다. 지구온난화로 미얀마, 태국, 중국과 일본을 거쳐 2008년경 이 바이러스가 우리나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9년 11월, 우리나라 강원도 홍천의 한 토종벌 농가에서 처음으로 낭충봉아부패병 피해가 확인되었다. 이후 이 괴질 바이러스는 전남과 경남을 중심으로 전국 토종벌 농가에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예방 백신은 물론 치료법도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전국 토종벌의 95%가 사라졌다. 급기야 양봉농가들이 과천청사 앞에서 정부를 향하여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번졌다.

 토종벌 떼죽음이 몰고온 후유증은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토종벌이 계속 집단 폐사하면서 인근 지역의 과일과 채소농가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다. 과수원 배꽃 자연수정을 도맡았던 토종벌들이 바이러스로 떼죽음 당하는 바람에, 토종벌을 대체하는 수정벌을 구입하는 것은 물론 심각한 경우에는 사람이 일일이 꽃 수정 작업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10년 10월 8일 자 한 일간지 기사에 따르면, 꿀벌이 수정을 해야 열매가 열리는 호박과 가지의 산지 가격도 급등했다. 전남 순천 지역 재래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지 가격은 그 전해에 비해 150%, 조선 애호박의 경우 80% 이상 올랐다. 낭충봉아부패병 확산으로 전남 지역 꿀벌이 떼죽음을 당하는 바람에, 수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 이상기온으로 인한 생육 부진으로 생산량이 급감한 게 원인이었다. 꿀벌을 떼죽음으로 몰아간 낭충봉아부패병은 단순히 꿀벌의 전염병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꿀벌이 부여하는 농가 생산성 가치, 식량 안보의 가치, 그리고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익적 가치까지 그 가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 인간에게로 피해가 돌아온다.

 그 피해를 줄이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답은 결국 인간이 저질러놓은 무질서를 원래의 질서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