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인공의 등장, HIV 2

2020. 6. 7. 05:25바이러스

 20세기 흑사병, 에이즈는 천연두가 사라진 빈자리를 차지하며 21세기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1980년대 초창기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주로 에이즈가 발생하다 그 후 남성 동성애 마약 중독자들이 사용한 오염된 주사기를 통해 매춘부들 사이에서, 매춘부와 성접촉한 일반 남성 사이에서, 그 남성들과 배우자 사이에서, 그리고 부모로부터 감염된 자식으로, 단계적 유행단계를 거치며 전 세계로 거침없이 확산되면서 급기야 1985년에 이르러서는 전세계적인 판데믹 보건문제로 부각되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세계적으로 약 3,500만 명이 HIV 보균자로 살아가고 있고, 2014년에만 약 200만 명의 HIV 신규 감염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이즈 환자 수는 아직까지는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의하면, 1985년 에이즈 첫 발생 이후 매년 환자 수가 꾸준히 늘어 2013년 누적 환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서는 등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에이즈는 동성애자, 마약 중독자, 문란한 성생활 등 선진국에서 많이 이슈화가 되었기 때문에 선진국병이라고 여기기 십상이다. 사실 에이즈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20세기 HIV가 처음 출현했던 거점 지역인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이다. 전 세계 HIV 보균자의 약 70%인 2,580만 명이 이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지역의 에이즈 사망자는 지난해 79만명으로 전 세계 에이즈 사망자의 약 40%를 차지한다. 열악한 경제 상황과 사회 불안정으로 이 지역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에이즈를 치료,관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유엔연합 등 국제기구와 비정부 단체가 전염병 퇴치를 위한 각종 치료 지원을 매년 확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기준 에이즈 치료 혜택을 받고 있는 보균자는 이 지역 전체 HIV 보균자 중 약 40%에 불과하다. 에이즈는 빈곤한 국가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가난한 자들을 더욱더 빈곤의 둥지로 몰아넣는 악순환의 한 축을 형성한다.

 유엔기구 United Nations AIDS, UNAIDS 는 2030년까지 새천년발전 목표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 의 하나로 세계적 보건을 위협하는 에이즈를 근절하려는 목표를 삼고 퇴치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다양한 항레트로 바이러스 치료 요법 Antiretro viral Therapy, ART 이 개발되어 지속적으로 치료제 성능이 개선되고, 보균자에 대한 항바이러스 치료 지원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그 덕분에 선진국에서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유엔기구에 따르면, 2005년 220만 명, 2010년 750만 명이었다. 2015년의 상반기 동안에만 1,500여만 명 등 전 세계적으로 항바이러스 치료 혜택을 받는 HIV 보균자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그 결과, 2014년 HIV 신규 감염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약 200여만 명으로, 2000년에 비해 약 3분의 1가량 줄어들었다. 에이즈 사망자 수는 2004년 200만 명에서 2014년 120만명으로 42%나 줄어들었다. 특히 가장 심각한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에도 2014년 신규 감염자는 2000년에 비해 42% 감소했고, 같은 기간 동안 사망자 수도 48%나 줄어들었다. 항바이러스 치료를 매년 늘리고 있기 때문에, HIV 감염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2014년 HIV 신규 감염자 수는 2000년에 비해 오히려 30%나 증가하고 있어 에이즈 퇴치의 전망은 반드시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류가 에이즈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기에는 여전히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