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초의 판데믹

2020. 6. 10. 20:05바이러스

 2009년 6월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소집된 세계 보건기구 전문가 비상회의에서, 사무총장 마거릿 찬 Maragret Chan 은 세계 신종플루 사태를 전염병 최고 경보단계 6(판데믹,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격상시켰다. 세계 보건기구는 멕시코로부터 처음 신종플루 발생 보고를 받자마자 경보단계 3을 선언했다. 신종플루 감염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자 그 해 4월 27일 전염병 경보단계 4로 격상시킨 후, 4월 29일 '대유행이 임박했음'을 뜻하는 단계 5로 다시 격상시켰다가, 6월 11일 판데믹 단계를 선언했다. 세계 보건기구가 2009년 4월 23일 멕시코와 미국 정부로부터 신종플루 발생 현황을 처음 보고 받은 지 50일 만에 내린,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정이었다. 인플루엔자 판데믹 선언은 1968년 홍콩 독감 대유행 이후 41년 만이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판데믹 선언 직전인 2009년 6월 11일까지 북미 지역에서 신종플루가 출현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전 세계 74개국으로 환산되어 2만 8,774명의 감염 환자가 발생하고 114명이 사망한 상태였다. 그 당시 이미 대부분의 나라에서 지역 사회 독감 유행이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신종플루 환자 수가 50명을 넘어섰다. 이미 북미 지역사회에서 신종 플루가 폭발적으로 유행하여 바이러스의 엄청난 전염력이 입증된 상태였다. 그리고 각 대륙에서 지역사회 내 신종플루 확산은 명약관화하였기 때문에, 그 당시 판데믹 선언은 신속히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를 포함하여, 인류 역사에서 판데믹을 일으킨 인플루엔자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계절 독감과 달리, 판데믹을 일으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그 당시 지역사회에서 과거에 노출된 적이 없는, 그래서 사람 면역체계에는 생소한 신종 바이러스였다. 이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과정의 공통점은 조류, 특히 야생조류가 가진 바이러스가 농장 인부와의 접촉이 일상화되어 있는 농장 돼지로부터 발생했다는 점이다. 즉 이바이러스는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또는 계절 독감 등의 사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서로 뒤섞여 재조합을 일으킨 후, 사람 간에 전염이 쉽게 일어나는 신종 인플루엔자로 탄생한 것이다. 2009년 봄, 멕시코에서 처음 출현한 신종플루도 이 같은 출현 과정을 거쳐 탄생한 신종 바이러스이다.

 인류 역사에서 인플루엔자는 언제나 판데믹의 대명사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동물로부터 사람으로 넘어온 신종 바이러스이다. 그래서 인플루엔자 독감에 대해서는 판데믹 기준이 매우 분명하게 규정되어 있다. 그 기준에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루엔자 유행과 판데믹 가능성을 감시하는 국제 네트워크 체계는 사람 집단에서뿐만 아니라 동물 단계에서부터 활바하게 가동되고 있으며, 어떤 전염병보다도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2005년 5월 이후부터 세계 보건기구는 동물 유래 인플루엔자가 판데믹으로 발전하는 전염병 경보단계를 6단계로 규정하여 인플루엔자 발생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단계 1은 동물에게만 바이러스 전염이 이루어지는 단계,

 단계 2는 에피데믹이라고 하는 야생 또는 가축에서 유행하면서 사람 감염이 가능해 잠재적 판데믹 위험이 존재하는 상태이다.

 단계 3은 사람들 사이에서 간헐적 감염이 있찌만, 매우 밀접한 접촉이 있는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사람 간 감염이 이루어져 지역사회 유행은 일으키지 않는 상태,

 단계 4는 사람 간 전염이 이루어져 지역적으로 유행하는 초기 단계이다.

 단계 5는 전염이 널리 퍼져 최소 2개국에서 병이 유행하여 판데믹에 임박한 상태.

 단계 6은 판데믹이라고 하며 다른 대륙이나 지역에서 최소한 1개국 이상 유행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신종플루는 최고 단계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고, 2009년 6월 판데믹을 선언한 직후 보란 듯이 지역사회 유행은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세계 보건기구는 전 세계 신종플루 감염자 수 집계를 포기했다. 많은 나라에서 이미 지역사회 유행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환자 집계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었다.

 세계 각국은 신종플루 판데믹 선언 이전부터, 이미 감염자 격리통제와 타미플루 치료제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백신을 개발해서 예방하는 방향으로 로드맵을 서두르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겨울철 신종플루가 극성을 부리기 전에 예방접종을 실시하기 위해 백신 생산을 서둘렀다. 백신 개발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인 그해 10월 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신종플루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지금 신종플루는 상재하는 전염병(엔데 믹)으로 간주하고 일반 독감으로 분류(세계 보건기구는 2009년 9월 30일 계절 독감으로 하향 선언)하여, 매년 동절기 직전에 접종하는 계쩔 독감 백신에도 포함되어 있다.

 특정 전염병이 여러 대륙에서 대유행하는 상태를 판데믹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러대륙에서 동시에 발생한다고 모두 판데믹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기준은 무엇일까? 아마도 지역 사회에서의 전염병 유행이 통제 가능한 수준인지의 여부가 아닐까?

'바이러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두운 그림자  (0) 2020.06.12
호시탐탐 인류를 위협하는  (0) 2020.06.11
새로운 주인공의 등장, HIV 2  (0) 2020.06.07
새로운 주인공의 등장, HIV  (0) 2020.06.01
역사 속으로 잊힌 천연두와 우역  (0) 2020.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