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기도, 착하기도 한 바이러스

2020. 4. 29. 17:43바이러스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부터, 우리는 '바이러스'란 용어를 자주 들으며 살아간다.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바이러스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 컴퓨터를 이용하면서부터, 누구나 한 번쯤은 갑자기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려 난감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으로 복구하기도 하지만, 대개 파일이 망가져 못 쓰게 돼버린다. 특히 업무와 관련되거나, 중요한 자료가 들어있는 경우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구입한 지 오래되어 이제 구형 모델이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컴퓨터 바이러스까지 걸려 집안의 컴퓨터를 갈아치운 적도 있다. 그래서 한번 컴퓨터 바이러스 습격을 당하고 나면, 각종 파일을 주고받을 때 습관적으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체크하게 된다.

 

2008년 항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된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 필자도 그 내용에 심취해서 그 긍정의 바이러스를 몰입해서 보았다.

꿈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해피엔딩!

아마도 그 이후부터 사람들이 형이상학적인 단어에도 바이러스라는 단어를 붙이기 시작한거 같다.

사람들 사이에 행복과 사랑, 긍정의 힘이 바이러스처럼 골고루 감염되기를 바라는 듯 '행복 바이러스', '웃음 바이러스' 등 의 이름을 붙였다. 바이러스는 어느새 긍정적인 이미지로 많이 탈바꿈하고 있었다. 사실 세상에 절대적으로 선하거나 악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99.9% 이상은 우리 인간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서식한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들은 사람이 아닌 다른 숙주에 서식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이 바이러스들이 사람에게 감염된다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숙주라는 입장에서는 그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바이러스 세계 전체로 보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는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사람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을 유발하여 고통스럽게 만드는 나쁜 바이러스들도 많다. 이 나쁜 바이러스들이 우리 몸에 증식하는 방식은 바이러스종에 따라 다양하다. 그렇다고 사람 바이러스들이 모두 나쁜 바이러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 감염되더라도 병을 일으키지 않는 바이러스들도 많다. 그뿐 아니라 적당히 몸속에 들어와서 면역체계를 자극시켜 우리 몸에 항체 같은 면역물질을 만들어내는 착한 바이러스도 많다. 그래서 같은 종류이지만, 착한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치명적인 나쁜 바이러스가 침투할 때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즉 면역을 우리 몸에 부여한다. 백신으로 사용하는 바이러스들이 착한 바이러스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적으로 적을 막는다! 우리는 백신을 사용함으로써 수많은 전염병의 유행을 통제할 수 있었다. 치명적인 전염병으로부터 우리 자신이나 반려 동물, 가축의 생명을 보호하고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예방하기 위하여 백신을 접종한다. 치명적인 전염병으로부터 가축을 보호하여 동물석 식량 자원의 안정적 생산과 경제적 이익을 증대하기 위해 가축에게 백신을 접종한다.

 

바이러스는 또한 지구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존재이다. 바이러스는 전염병 유행을 통하여 숙주 집단의 급속하고 과도한 번식을 조절하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다른 동물의 습격(치명적 감염)으로부터 숙주 동물을 보호함으로써 숙주 집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도 한다. 세균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오파지는 지수상수계(지표의 물이 점차로 모여서 같은 물줄기를 이루는 계통)에 존재하는 엄청난 세균을 매일 먹어치움으로써 수계 내 세균 개체 수를 조절한다. 수계 내 세균 개체 수가 증가하면 박테리오파지도 같이 증가한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 세균에 서식하는 박테리오파지는 우리 인간이 활용하기에는 매우 매력적인 대상이다. 살모넬라 세균에서만 선택적으로 서식하는 박테리오파지를 사축 사료에 첨가물로 사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내성 세균 출현 문제로 항생제 사용이 제한되는 현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매력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하여 사람 피부 상처 소독용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들도 진행 중에 있다. 그러므로 바이러스라고 무조건 나쁘다고 할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