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보다 무서운 공포

2020. 4. 25. 07:36바이러스

"신뢰할 수 있는 공식 정보가 없을 때 데이터, 믿음, 추론 등 온갖 지적 자원을 동원하여 공감대를 구축함으로써

대중들은 마치 해결자처럼 대응한다"

 

미국 사회학자 타모츠 시부타니가 유언비어의 속성을 두고 한 말이다. 정보 부재로 인한 두려움은 각종 유언비어를 낳아 대중들을 쉽게 비이성적으로 변하게 만들어 사회 곳곳에서 혼란을 부추긴다.

2003년 2월 1일부터 시작된 중국 최대 명절 춘절, 가족 친지들과 명절을 보내고 있던 광둥성 광저우 시민들에게

 

"괴질로 사람들이 죽어간다"

 

는 문자가 핸드폰을 통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문자 메시지는 며칠 사이 삽시간에 광저우 시민들 사이에 퍼졌다. 그 괴질 소문은 사실이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중국 광둥성에서 괴질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 괴질 원인을 놓고 조류독감 변종이니 탄저균이니 하는 각종 소문만 난무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춘절 휴가를 보내던 광저우 시민들은 순식간에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다. 식품 사재기가 나타나고,

약국에는 항생제 약을 사려는 시민들로 난리가 났다. 심지어 식초가 괴질에 효험이 있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슈퍼마켓에 있는 식초가 동이 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광저우에서 시작된 유언비어는 핸드폰과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중국 정부가 괴질이 발생한 사실을 침묵함에도 불구하고 괴질 유행에 대한 소문은 인터넷을 통하여 중극을 넘어 해외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2월 11일, 중국 광저우 시당국은 결국 광둥성에서 305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면서 괴질 발생을 시인했다.

 

3월 27일, 북경 시내 한 병원 의사와 간호사가 사스로 사망하면서 이 사실이 북경 시내에 금방 퍼졌다.

북경발 사스 공포는 다방면에서 나타났다. 즉각 많은 국가들이 자국민의 발생국 여행 자제를 권장했으며,

발생국가로 향하는 해외여행 취소가 봇물을 이루었다. 사스 발생국가에서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에 대해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어길 시 징역형을 취한다는 태국, 중국과 홍콩의 주재 외교관 철수령 발표하는 미국, 발생국 방문객 공항 검역, 태형 축제 취소 등 전 세계가 비상이 걸렸다. 그 당시 이미 세계 각국은 중국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등 중국 사스에 대한 이목을 집중하고 잇던 때였다.

 

"3월 31일 현재 중국 내 1,190명의 사스 감염자가 발생했고, 46명이 사망했다."

 

나흘이 지난 4월 1일,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사스 발생을 공식 시인했다.

2003년 봄, '사스 자체보다 더 무서운 사스 공포', 무엇이 그토록 세상을 공포에 몰아넣었을까?

원래 공포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서부터 잉태되어 증폭되기 마련이다. 그 공포의 시작은 2003년 2월 중국 광둥 지방에서 시작돼 급속히 전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그 실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사스 의심 환자는 병증에 근거하여 확진을 내려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그 실체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밝혀진 것은 2003년 3월 말이었다. 이미 바이러스 광풍이 세계를 한번 휩쓴 뒤였다.

 

"익지 않은 바나나를 먹지 마세요. 현재 하이난의 바나나에서 사스 바이러스가 검출되었으니 주의 바람."

 

2007년 4월, 중국 핸드폰 사용자들에게 문자 메시지 하나가 전송돼 중국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이 문자 하나만으로, 중국 남방 지역 바나나 재배농가들은 바나나 가격 폭락이라는 날벼락을 맞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바나나가 사스를 퍼트릴 수 있을까? 어떻게 말도 안 되는 이런 루머들이 대중의 심리 속으로 파고들고 공감대를 형성할까?

 

어느 나라든 전염병이 창궐하면 각종 괴소문과 유언비어가 진실인 양 날대를 달고 돌아다닌다. 2015년 6월 한국 메르스 사태 때, 바셀린을 바르면 효과가 있다는 둥, 양파가 메르스 퇴치에 좋다는 둥, 어느 병원에 환자가 발생해서 심각하다는 둥 각종 유언비어로 홍역을 앓았다. 급기야 정부가 그런 유언비어를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대중들이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어설프게 판단하고 해석하는 것은 전염병을 통제하려는 국가적, 사회적 노력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전염병 재난에 대처 시 필요한 올바른 정보와 판단 능력은 사회 집단에서의 전염병 확산을 저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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