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케두 마을의 미스터리 2

2020. 4. 25. 04:30바이러스

자이레형 에볼라가 서아프리카에 어떻게 도착했을까?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아직도 많은 것에 대해 알지 못하며, 여전히 하나씩 학습하며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왜냐하면 서아프리카에서 지금까지 이 바이러스가 정체를 드러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발각되지 않았지만 이전부터 이미 그지역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었거나, 아니면 최근에

중앙아프리카에서 이 지역으로 유입되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기니에 이미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있었다면, 그전에는 왜 사례가 없었을까?

바이러스 출현의 단서를 찾기 위하여 답을 반드시 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 숙주 동물 집단에 바이러스 감염개체 비율이 매우 낮거나, 사람과의 접촉이 매우 제한되어 그동안

노출될 기회를 가지지 못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령 사람에 감염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서아프리카에서 상재하고 있는 라사열 등 다른 출혈성 전염병으로

치부했었는지도 모른다.

에볼라 발생을 초래한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인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았으므로 수많은 환경적, 사회경제적,

유발요인에 대하여 광범위하게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거주민 대상 과거에 입원했던 환자의 혈액 보관 시료를 이용한 역추적 조사가 마무리되면

이 지역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는지의 여부에 대해 어느 정도 결론이 도출될 것이다.

 

만약 이 바이러스가 중앙아프리카에서 기니로 새로 유입된 것이라면?

감염 환자가 그 지역을 방문했거나, 또는 자연 숙주 동물이 새롭게 유입되었거나 두 가지 경로를 가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감염 환자의 방문에 의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궤케두 지역은 중앙아프리카 기존 발생 지역과는 수천 km 떨어져 있는 데다, 인근 공항에서 비포장도로를 따라

차로 10시간 이상 가야 하는,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외진 시골 지역이기 때문이다.

아마 방문했다 하더라도 감염 환자는 장거리 이동 중 고열, 구토, 설사 등 을 보이며 쓰러졌을 것이다.

오히려 에볼라에 걸려도 병증을 나타내지 않고 바이러스만 배출하는 자연 숙주 동물을 통해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훨씬 그럴듯해 보인다.

현재 에볼라를 이 지역으로 가지고 온 범인으로 가장 지목되는 동물은 야생 과일박쥐다. 

2005년 이후 이미 아프리카 야생박쥐가 에볼라 바이러스의 기원으로 지목되고 있었다.

2000년대 초 가봉과 콩고 접경 지역에서 집단 에볼라 발생이 연이어 일어나던 시점에 과일박쥐 3동에서 자연 숙주의

증거인 항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과일박쥐는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고, 특히 장거리 비행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중앙아프리카에서 서아프리카까지 수천 km를 단숨에 이동할 수 있다.

에볼라가 발생하기 직전, 프리실라 안티 박사는 서아프리카 가나의 시골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1,274명을 대상으로

식습관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 이들 중 45.6%가 사냥(21.1%), 덫 포획(21.1%), 재래시장 구입(10.3%) 등을 통해

과일박쥐 고기를 먹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이들 주민 66%는 과일박쥐와 직접 접촉한 경험이 있으며,

37.4%는 물리거나 할퀴거나 박쥐 분뇨를 만진 적이 있고, 심지어 47%는 박쥐 서식 동굴을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므로 가나와 같은 서아프리카 국가인 기니도 상황은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00년대 초 가봉에서의 에볼라 발생 사례처럼, 감염 과일박쥐 개체를 사냥 후 그 고기를 먹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에볼라 발생 초기 기니 보건당국이 박쥐 고기 판매와 섭취를 금지하는 조치를 신속하게 내린 것에서도 에볼라 매개 동물로서 야생 박쥐의 역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현재까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매개 동물로서 야생박쥐의 역할에 대해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실어 나르는 야생 박쥐는 서아프리카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까?

중앙아프리카 열대 우림 생태학적 환경에 무슨 일이 일어나 감염 박쥐 일부가 서아프리카로 이주했을까?

이들 박쥐가 서아프리카 지역으로만 이주했을까?

또 다른 에볼라 블랙스완 출현을 차단하기 위하여 야생 박쥐 조사에 대한 초점을 단지 기니 궤케두 지역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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