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법칙

2020. 4. 24. 22:05바이러스


하인리히 법칙, 때가 무르익다

1931년 미국의 한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하버트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예방의 과학적 접급' 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거기에서 그는 수많은 산업재해 사고 통계 자료를 분석하여 흥미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그 저서를 통해 대형 재앙이 일어나기 전 29건의 재난사고가 발생하고 그 이전에 300건의 사소한 사건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이 이론은 오늘날 각종 재해 및 재난안전 분야에서 도그마처럼 자리 잡은 하인리히 법칙이 되었다.
그에 따르면 대형 재앙은 결코 우발적으로 일아너지 않는다.
그 이전에 수많은 재난과 사건들이 발생하여 대형 재앙의 징후를 나타낸다.
인과의 법칙이다.
그래서 사소한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단지 사소한 문제라고 치부하지 말고 그 원인을 사전에 제대로 인지하고 차근차근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는 말처럼 잦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재발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대형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볼라가 1979년 아프리카 열대우림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듯 했다.

잊힌 과거의 사건으로 치부되었던 에볼라는 1994년 12월 가봉의 한 금광 채굴 현장 인부들 사이에서 악령처럼 다시 나타났다.

종적을 감춘 지 15년 만에 아프리카 열대우림에서의 정적이 깨졌다.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지목되는 에볼라에도 그 기저에 하인리히의 법칙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비극의 서막에 불과했다.

1990년대 후반에 아프리카 열대우림에 다시 나타난 에볼라는 과거 1970년대 후반에 나타났던 에볼라와는 달랐다.

아프리카에서 거의 매년 크고 작은 에볼라 발생이 전 세계 신문의 토막기사 하나를 장식했다.

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발생하지 않은 기간은 단 세 번 2002~2003년, 2006년, 2009~2010년 뿐이었다.

치명적인 전염병이 자주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발생할 때마다 외지고 격리된 지역에서 발생하다 보니 에볼라가 멀리 확산되지 않고 멈추었다.

에볼라 발생의 주 무대는 중앙아프리카 열대우림 지역이었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대유행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에볼라 감영자의 99% 이상이 중앙아프리카 열대우림 지역에서 발생했다.

중앙아프리카 열대우림 지역에서 몇 번 재앙의 징조는 있었다.

1994~1996년 404건, 2000~2002년 549건, 2007~2008년 445건, 2012년 88건 등 5년 내지 7년 주기로 에볼라가 발생하여 대형 인명 피해가 나타났다.

대형 인명 피해 발생은 금광 채굴, 야생 침팬지 사냥 또는 도축하는 과정, 즉 인간이 열대우림 지역을 개척하고 침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참혹한 결과였다.

인간이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열대우림 지역을 파고들었지만, 어히려 가만히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인간 스스로가 비단길을 깔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서아프리카에서의 대재앙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징조가 있었다.

매우 드물기는 했지만 중앙 아프리카 열대우림 지역을 벗어난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에볼라가 15년간의 정적을 깨고 나타났던 1994년과 1995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발생이 있었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에볼라 발생은 1994년 아이보리코스트에서 단 1명, 1995년 라이베리아에서 단 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우리 인간에게 오늘 날의 서아프리카 대재앙에 대한 암시를 준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재앙의 순간을 예측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