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홍수2

2020. 6. 1. 19:14미스터리

 이후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서로 힘을 합해 갖가지 모험을 했다. 두 사람이 협동해 괴물을 처치하고 사랑의 여신 이 시 타르에게 유혹당하지만 그녀를 매정하게 거절하는 배짱도 부린다. 그러나 그들의 모험은 점점 더 과격해져서 이 시 타르 여신의 황소를 죽이게 되었고, 결국 이 일로 신들의 노여움을 산 엔키두가 죽는다.

 엔키두가 죽자 길가메시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다. 그러나 우트나피쉬팀이 영생을 얻었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 길을 떠난다. 중도에서 만난 술집 여인은 길가메시에게 영생을 얻으려는 생각은 헛된 욕심이며 인간은 꼭 죽는다는 운명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하면 수메르 인들이 다른 지역과 달리 내 세보다 현실 문제를 중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들이 각처에 신전을 건설해 수호신을 섬긴 것도 내세의 행복이 아니라 현세의 행복을 더 중요하게 여겼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영생을 얻으려는 욕망으로 계속해서 우트나피쉬팀을 찾아다니던 길가메시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그를 만난다. 우트나피쉬팀은 길가메시에게 자신이 대홍수 때 겪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어느 날 밤 우트나피쉬팀이 자고 있는데 에아신이 그의 집을 뚫고 들어와서 조용히 말했다. 바빌론 최고의 신 엔릴이 타락한 인간들을 응징하기 위해 대홍수를 일으킬 것이라는 경고였다.

'집을 부숴 배를 만들어라. 부를 버리고 목숨을 지켜라. 네 생명을 구하려면 불필요한 것을 모두 버려라. 배에는 생명의 씨앗을 실어라. 배는 길이와 폭을 같게 해라. 배가 완성되면 바다에 띄워라.'

그는 도시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아무도 상대하려고 하지 않자 친족과 친구들만의 힘으로 집을 부숴서 6층이나 되는 거대한 방주를 만들고 송진과 역청을 발라 물이 새지 않게 했다. 그는 자기 가족과 하인들을 방주에 태우고 금과 은과 '모든 살아 있는 것의 씨앗'을 실었다.

드디어 6일 밤낮에 걸쳐 비가 쏟아지고 인간은 모두 죽었다. 방주는 니시르라는 산에 닿았다. 우트나피쉬팀은 땅에서 물이 빠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들창을 열고 비둘기와 참새, 큰 까마귀를 날려 보냈다. 육지가 드러났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어느 날 큰 까마귀가 돌아오지 않자 홍수가 끝난 것을 알고 배에서 내려 제일 먼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헌주를 부었다.

 우트나피쉬팀이 홍수를 일으킨 신들을 원망하지 않고 공경하는 것에 감명받은 신들은 홍수의 결과에 관해 토론했다. 결론은 두 번 다시 홍수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우트나피쉬팀에게는 보상으로 영생을 줬다.

 이 이야기를 들은 길가메시가 자신에게도 영생의 비법을 가르쳐달라고 조르자 우트나피쉬팀은 영생을 줄 수는 없지만 회춘하는 비결은 가르쳐주겠다고 한다. 바로 강 밑으로 잠수해 들어가서 특수 약초를 찾아내라는 것이었다. 길가메시는 우트나피쉬팀의 말대로 잠수해 회춘하는 약초를 손에 넣었다. 그는 약초를 에레크 사람들과 나눠 먹겠다며 에레크로 돌아갔다. 길가메시는 도중에 차가운 물이 솟는 샘을 발견하고 목욕한다. 이때 뱀 한 마리가 재빨리 약초를 물어가고 말았다. 뱀은 약초를 먹자마자 허물을 벗고 젊음을 되찾았다.

 귀중한 약초가 영원히 사라진 것을 알게 된 길가메시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울었다. 그러나 그는 바로 일어났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모든 인류의 운명이라고 단념하고 길가메시는 우루크로 되돌아간다.

 다소 비극적인 결말이지만 기원전 2700여년전 이야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줄거리가 탄탄하다. 이 이야기는 인간이 상상으로 꾸며낸 것이 아니라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기록으로 보인다. 그런데 구약성서와 <길가메시 서사시> 내용이 같다는 것은 이스라엘 민족이 셈족에서 갈라져 나온 민족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성경이 순수한 계시로 간주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1946년 서판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새뮤얼 크리머는 <길가메시 서사시>의 결론 부분을 발견한다. 영생하는 인간이 되고자 한 길가메시는 결국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신들의 아버지 엔릴은 그를 이승의 지배자로 임명한다. 길가메시는 자신이 두려워한 것을 지배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한다.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서사시가 이끌어낸 결론을 보면 당시 이미 상당한 지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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