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홍수

2020. 5. 31. 12:43미스터리

1872년 대영박물관 이집트. 아시리 아부 담당자인 조지 스미스는 1852년 고고학자 오스틴 헨리 레어드가 니네베에서 발굴한 한 점토판을 읽다가 뜻밖의 문장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 점토판은 아슈루바니팔 왕이 세운 도서관 유적에서 발견된 것인데 "배가 니시르 산에 도착한 다음에 날려 보낸 비둘기가 다시 배로 돌아왔다"라고 쓰여 있었다. 구약성서에 기록된 노아의 홍수 이야기 끝 부분과 너무나 흡사했다. <창세기>에 실린 노아의 홍수를 살펴보자.

 

하느님이 보시기에 세상은 속속들이 썩어, 사람들이 하는일이 땅 위에 냄새를 피우고 있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노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은 이제 막판에 이르렀다. 땅 위는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저것들을 땅에서 다 쓸어버리고 하였다."

<창세기> 6장 12~13절

 

땅 위에 사십 일 동안이나 폭우가 쏟아져 배를 띄울 만큼 물이 불어났다. 그리해 배는 땅에서 높이 떠올랐다. 물이 불어나 땅은 온통 물에 잠기고 배는 물 위를 떠다녔다. 물은 점점 불어나 하늘 높이 치솟은 산이 다 잠겼다. 물은 산들을 잠그고도 열다섯 자나 더 불어났다. 새나 집짐승이나 들짐승이나 땅 위를 기던 벌레나 사람 등 땅 위에서 움직이던 모든 생물이 숨지고 말았다.

<창세기> 7장 17~21절

 

노아는 이레를 더 기다리다가 그 비둘기를 다시 배에서 내보냈다. 비둘기는 저녁때가 되어 되돌아왔는데 부리에 금방 딴 올리브 이파리를 물고 있었다. 그제야 노아는 물이 줄었다는 것을 알았다. 노아는 다시 이레를 더 기다려 비둘기를 내 어보 냈다. 비둘기가 이번에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노아가 육백 한 살이 되던 해 정월 초하루, 물이 다 빠져 땅은 말라 있었다. 노아가 배 뚜껑을 열고 내다보니, 과연 지면은 말라 있었다.

<창세기> 8장 10~13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신은 인간을 죄다 쓸어버기로 결심한다. 다만 정직하고 신앙심 깊은 노아와 아내, 네 아들 부부만은 구하기로 하고 노아에게 3층짜리 방주를 만들라고 지시한다. 노아는 지시대로 방주를 만들어 목숨을 구하고 정결한 짐승은 암수 일곱 쌍씩, 부정한 짐승은 암수 한 쌍씩 살아남는다. 홍수가 끝나자 방주에서 내려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간다.

한때 지폐 조판공으로 일하다가 대영박물관에서 일하게 된 조지 스미스는 점토판에 흥미를 느끼고 또 다른 점토판을 찾아 읽어봤다. 점토판의 전체 줄거리는 구약성서에 기록돼있는 노아의 홍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스미스는 누락된 부분이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발굴지인 니네베를 직접 방문하기 위해 호소문을 발표한다. 연구비가 모이자 니네베를 방문하는데 다행히도 그곳에서 다른 점토판을 찾을 수 있었다.

이것이 유명한 바빌로니아의 <길가메시 서사시>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서사시로, 무려 3,000행에 이른다. 수메르 왕명표에는 길가메시가 홍수 뒤에 도시국가 우루크를 다스린 고대 수메르인들의 전설적인 왕으로 기록돼 있는데 3분의 2는 신이고 3분의 1은 인간으로 묘사된다.

이 작품은 아슈르바니팔 왕의 장서용으로 제작되었는데 지금 대영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것 말고도 아시리아 본과 히타이트 어본, 호리어본 등이 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옛날에 에레크라는 도시에 길가메시라는 용감하고 무서운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3분의 2가 신이고 3분의 1이 사람이었다. 동방을 통틀어 제일가는 전사였던 까닭에 그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철권을 휘둘러 사람들을 지배했으며 젊은이들을 붙잡아 혹사시켰고 마음에 드는 젊은 처녀들은 아무나 데려다 자기 소유로 삼았다. 사람들이 견디다 못해 하늘을 우러러 구원을 청했고 신은 기원을 듣고 아루르 여신을 불렀다. 

"가서 진흙으로 만들되 폭군에게 지지않을 힘센 자를 하나 만들어 길가메시와 싸우게 하라. 그러면 사람들이 구원받을 것이다."

여신은 손에 물을 적셔 지상에서 가져온 진흙을 반죽해 무서운 생물을 만들어 '엔키두'라고 이름을 붙였다. 엔키두는 전쟁의 신처럼 용맹스러웠고 온몸은 털투성이였다. 그는 짐승들과 어울려 다녔으며 짐승들처럼 풀을 뜯어먹고 개천 물을 마시면서 강하고 용감한 남자로 성장했다.

(중략)

엔키두 소식을 들은 길가메시는 한가지 꾀를 냈다. 엔키두가 야수들과 같이 자랐으니 여자를 모를 것이므로 엔키두가 여자에 빠지게 하면 할 일을 잊을 것이라며 아름다운 여자를 숲으로 보냈다. 길가메시의 계략은 성공해 엔키두가 미녀의 유혹에 빠지자 신들은 엔키두가 제정신을 차리도록 했다. 정신을 차린 엔키두는 미녀를 떨치고 길가메시를 혼내주기 위해 우루크로 향했다. 엔키두가 우루크에 도착했을 때 마침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엔키두는 길가메시에게 도전했다. 길가메시도 도전을 쾌히 승낙해 대결을 벌이는데 두 사람은 막상막하였다. 길가메시는 비로소 자신이 호적수를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편 엔키두도 예의를 갖출 줄 아는 의협심 있는 사나이였다. 엔키두는 길가메시가 허세만 부리는 폭군이 아니고 기백 있고 호탕한 전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친구가 되자고 제안했다.

 

다음 글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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