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 지역이 에덴동산

2020. 5. 30. 21:51미스터리

<창세기> 2장에는 에덴동산이 잘 묘사돼 있다.

 

'야훼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야훼 하느님께서는 동쪽에 있는 에덴이라는 곳에 동산을 마련하시고 당신께서 빚어 만드신 사람을 그리로 데려다가 살게 하셨다. 야훼 하느님께서는 보기 좋고 맛있는 열매를 맺는 온갖 나무를 그 땅에서 돋아나게 하셨다. 또 그 동산 한가운데는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돋아나게 하셨다.'

<창세기> 2장 7~9절

 

신은 세상을 창조한 다음에야 비로소 흙으로 아담을 빚었다. 아담은 '흙'을 의미하는 '아다마'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고는 에덴에 동산을 만들어 그곳에서 살도록 했다. '에덴'은 아카드어에서 '평원'을 뜻하는 '에디누' 또는 '환희'나 '기쁨'을 뜻하는 히브리어 어근과 연관이 있다. 예로부터 이 말은 낙원이라는 관념을 나타냈다. 낙원이라는 말은 원래 페르시아어 '아피리다에자'가 히브리어 '파르데스'로 바뀌고 다시 그리스어 '파라데이 소스'로 바뀌어 생겨난 단어다.

그러나 신은 사람이 짝이 없으면 바로 살아갈 수 없다며 아담의 갈빗대 하나를 뽑아 여자 이브를 만들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이끌리는 것은 이들이 원래 한 몸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데 이브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 먹는 바람에 아담과 이브는 에덴 동산에서 추방당하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매우 슬픈 결말을 맞는다. 이뿐이 아니다. 이들은 신에 불복종한 일 때문에 죽음을 거역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행복하게 누리던 낙원 생활이 더는 제공되지 않음은 물론 눈이 밝아져 벗은 것과 선악을 알게 됐다.

 

에덴동산은 어디에 있었을까? 구약성서는 에덴동산의 위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에덴에서 강 하나가 흘러나와 그 동산을 적신 다음 네 줄기로 갈라졌다. 첫째 강줄기의 이름은 비손이라 하는데, 은과 금이 나는 하윌라 땅을 돌아 흐르고 있었다. 그 땅은 좋은 금뿐 아니라 브돌라라는 향료와 홍옥수 같은 보석이 나는 곳이었다. 둘째 강줄기의 이름은 기혼이라 하는데, 구스 온 땅을 돌아 흐르고 있었다. 셋째 강줄기의 이름은 티그리스라 하는데, 아시리아 동쪽으로 흐르고 있었고, 넷째 강줄기의 이름은 유프라테스라고 했다.'

<창세기> 2장 10~14절

 

이 구절을 보면 <창세기>에 나오는 지역은 실제로 4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임이 틀림없다. 메소포타미아란 그리스어로 '강 사이에 있는 땅'이란 뜻으로 아르메니아 산악지대에서 흘러내려오는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를 말한다.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에 물을 공급하는 것은 빙하다. 두 강의 원천은 아라라트 산이 있는 터키 동부 아르메니아 산지에 있다. 거기서 동쪽으로 흘러나온 티그리스 강은 이라크, 시리아, 터키 국경 가까이에 있는 산을 거쳐 이라크를 향해 흘러내린다. 지중해를 향해 서쪽으로 흐르는 유프라테스 강은 해안에서 150킬로미터 거리 지점에서 시리아 사막을 횡단해 이라크로 들어간다.

 

성경을 보면 나무가 풍성한 열매를 맺고 아담과 이브는 뱀에게 속아 선악과나무의 열매를 먹을 때까지 알몸으로 살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벌거벗고 살아도 좋을 만큼 기온이 매우 높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5만 3,000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는 '뷔름빙기'라 불리는 빙하기로, 빙하가 현재보다 넓은 지역을 덮고 있었다. 그러다 약 1만 년 전부터 빙하가 녹으면서 기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기원전 4000년부터 3000년 사이에 기온이 최고가 됐으며 그 뒤로 기온이 약간 내려가 현재와 같은 수준이 됐다. 현재보다도 기온이 높았던 이 시기를 일러 '고온기' 또는 '기온 최적기'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에덴동산은 인간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도 살 수 있을 만큼 기온이 높았던 시기에 메소포타미아에 있었던 살기 좋은 지역을 의미한다.

사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문명이 번영했다. 이 일대에서는 기원전 8000년에 이미 보리와 같은 곡물을 재배했고, 염소나 양을 사육했을 뿐 아니라 기원전 5000년에는 본격적인 관개 기술이 정돈되기 시작했다.

 

에덴동산을 찾는 일은 뜻하지 않는 난관에 봉착한다.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은 현재도 존재하므로 문제가 없는데 나머지 두 강인 비손 강과 기혼 강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난점이었다. 성경에 적힌 한마디 한마디를 사실로 믿는 몇몇 학자들은 나머지 두 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에덴동산이 있던 곳이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아닐지 모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서 에티오피아, 터키, 심지어는 인도까지 후보지로 거론됐다.

그 와중에 미국인 자린스는 에덴동산을 드디어 찾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에덴동산이 페르시아만에 잠겨 있다고 주장했다. 빙하시대에 페르시아만은 육지였다. 페르시아 만 지역에서 발견된 수많은 동물 유해는 이 지역이 사냥감이 풍부한 지역이었음을 말해주며 석기시대 유물이 발견된다는 것은 인간이 이 지역에 집단으로 거주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오늘날 '와디리마'와 '와디바틴'으로 알려져 있는 골짜기 두 곳이 고대에 있던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 린스는 이 골짜기가 비손 강의 흔적이고 기혼 강은 오늘날 페르시아 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기룬 강이라고 믿고 있다. 단지 바닷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에 자리 잡은 셈족 중 일부가 고향을 떠나게 된 이유도 기후변화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의 낮은 땅에 쌓이는 흙은 멀리 사막의 대지를 침식하면서 흘러오는 것으로, 탄산칼슘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배수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건조가 심해지면 탄산칼슘과 물이 반응해서 생성되는 수산화칼슘 등이 지표에 쌓인다. 이것을 염화 현상이라고 하는데 평소에는 염화 현상이 일어나도 강이 범람하거나 홍수가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씻겨 내려갔다.

그런데 기원전 3000년 이후 기후 변동으로 강수량이 줄고 홍수가 줄어들었다. 더욱이 관개용수를 정비해 강물도 범람하지 않게 되자 염화 현상은 점점 더 심해졌다. 결국 곡물 수확량이 감소하니 사람들은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들이 바로 히브리인의 선조다. 학자들은 최전성기와 비교하면 수확량이 4분의 1 이하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염화 현상은 요즘도 골치 아픈 문젯거리다.

 

2003년 10월, 에덴동산이 메소포타미아에 존재했다는 데 고무된 이라크는 에덴동산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복원 하는 곳은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만나는 쿠르나 시로, 현재도 이라크인들이 '아담의 선악과나무'라고 주장하는 나무가 존재하는 곳이다.

원래 이 지역은 갈대가 무성한 지역이었으나, 1991년 걸프전 이후 시아파 모슬렘들이 지형을 이용해 거세게 반후세인 저항을 벌이자 후세인이 대규모 댐과 운하를 건설해 건조 지역으로 바꿔버렸다. 이 때문에 한때 50만 명에 이르던 지역 주민이 현재 2만 명에서 4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각국의 지원으로 사막이 된 옛 늪지대는 3분의 1 정도 복구된 상태다. 에덴동산은 조만간 우리 눈앞에 다시 나타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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