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논쟁

2020. 5. 8. 22:15미스터리

아프리카 기원설과 다지역 기원설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까닭은 아프리카 기원설에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 학계가 제기했다.

우선 알타이 지역 여러 곳에서 유럽의 중기 구석기 제작 기법인 르발부아 기법이 발견됐다. 그런데 이 기술은 새로 유입된 기술이 아니라 현지에 있는 구석기인들의 지능이 발전해 기존 석기 문화에 변화를 준 것이다. 한마디로 아프리카 이브의 후손이 아닌 그보다 더 오래된 누군가가 현지에서 발명했다는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 왕웨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양의 구석기 문화를 보면 약 10만 여 년 전 어떤 곳에서 기하형 세석기들, 예를 들면 삼각 형기, 신월 형기, 제형기 등이 출현하고 2만 년 전에는 더욱 정밀한 기하형 세석기가 출현했다. 그 당시에 이런 석기를 제작하려면 상당한 기술이 요구됐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구석기 문화 중에서는 이런 기하형 세석 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세석기 제작 기술에 관한 어떠한 흔적도 없다. 이런 차이점은 중국의 구석기 문화와 서양의 구석기 문화가 서로 다른 문화 계통에 속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왕웨이는 이브의 후예들이 중국으로 옮겨왓다면 분명히 그들이 보유한 선진 석기 제작 기술과 함께 일상에서 아용하는 석기도 가져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를 따른다면 중국의 구석기 문화는 서쪽에서 넘어온 신기술로 격변을 맞이해야 하는데 어떠한 변화도 없었으며, 중국 구석기 문화가 중단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외래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서양의 구석기 문화와 중국의 구석기 문화는 각각 발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전자 분석법상으로도 아프리카 기원설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2001년 미국 유타 대학교 교수 클레이턴은 100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에렉투스가 멸종하고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사피엔스로 대체됐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현대 인류가 원시인류를 만났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뉴 사우 스웨일스에서 발굴된 고대 멍고 인들의 유전자를 분석해 얻은 결과다.

 

국립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의 손 박사는 6만 2,000년 전 멍고인들의 유골에서 추출한 DNA 가 유전적으로 독특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손 박사는 몽고인이 해부학적으로는 현대인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인간이지만 멸종된 유전적 혈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멍고인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현대 인류에게서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만약 아프리카 기원설이 주장하는 것처럼 모든 현대인이 가까운 과거에 아프리카를 떠난 사람들의 후손이라면 이런 현상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02년 12월 중국의 싼샤 댐 건설 현장 인근인 쓰촨 성 봉절에서 악기가 발견됐는데, 놀랍게도 무려 14만 년 전 사용된 것이었다. 황 만파 교수는 악기의 주인인 '펑제인'으로 불리는 이 고인은 약 12만 년 전에서 25만 년 전에 활동한 인유로, 이들이 악기를 사용했다는 점으로 볼 때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은 폐기돼야 하며 다지역 기원설이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현생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더 복잡하고 새로운 학설들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어머니 계열의 유전자 전달 체계만 알려졌으나 지금은 부계로 유전되는 Y 염색체 DNA와 모계로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 가 드러났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이것이 다시 유전적으로 일곱 갈래로 나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프리카 기원설이 나올 당시에는 부계로 유전되는 DNA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모계로 유전되는 것만을 전제한 이론이라는 한계도 있다.

 

또 다른 지적도 나왔다. 옥스퍼드 대학교 생물인류학연구소는 현대인의 베타글로빈 유전자를 연구하던 중 아시아인과 오스트레일리아 토착민에게 두 가지 변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런 변이는 아프리카인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것이었다. 즉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자바인을 비롯해서 오늘날 아시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소위 호모 에렉투스가 전 세계로 퍼진 후에 진화한 결과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최근에는 다지역 기원설이 지닌 약점도 다시 지적됐다. 호모에렉투스가 최소한 100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탈출 해 각 지역에 분포했는데 그들이 거의 동일한 발전 형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100만 년이란 장구한 시기를 감안한다면 각 대륙으로 퍼진 호모 에렉투스 후손들이 각자 같은 인간 종으로 진화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다지역 기원설이 맞다면 인류의 진화 양상은 제각각이었을 것이다. 진화론에서도 각 대륙, 각 지역의 환경이 다르므로 지역 특성에 맞춰 상당히 다르게 변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각 대륙의 인간은 작은 차이점을 보이기는 하지만 지적 능력을 포함해 완벽하게 동일한 종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이에 대한 다지역 기원설 측의 답변이 다소 궁했던 것은 사실이다.

바로 이 점이 아프리카 기원설에 다시 힘을 실어주었다. 앞에서 설명한 것을 부연한다면 아프리카 기원설도 기본적으로 호모에렉투스가 과거에 각 대륙으로 퍼졌지만 20여만 년 전의 새로운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각 대륙의 구인종들을 대체했기 때문에 현재의 인류들 간에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 세계의 인류가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같은 특성이 있는 인간지 퍼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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