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지역 기원설

2020. 5. 6. 18:00미스터리

동양인도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한 여자에서 시작됐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은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유전자 기법을 이용했다는 점 때문에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기원설에 맞서는 다지역 기원설 또한 충분한 설득력과 증거를 갖추고 있다.

우선 아프리카 기원설 자체에 대한 반박이다. 학자들은 윌슨의 계산법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했다. 연구에 사용된 아프리카인 147명이 사실 유전자가 상당히 흐려졌을 가능성이 높은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이었다. 게다가 가정한 조건이 너무 많아서 정확성이 떨어졌다. 아프리카 기원설은 어떤 특수한 조건이 존재했기에 그곳에서 인류가 시작됐는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다른 지역으로 확산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왜냐하면 미토콘드리아 DNA 접근법은 현재 자료를 바탕으로 과거를 추론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릴랜드 대학교 유전학자 새러 티슈 코프와 프랑스의 진화생물학자 루네스 시키는 똑같은 미토콘드리아 DNA 패턴이라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으므로 상이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 주장은 1992년에 폐기됐다.

물론 아프리카 기원설에서 이브를 단 한사람으로 상정한 것은 아니다. 가령 유전적으로 성질이 같은 여성이 1만 명이 있다고 해도 시대를 거치는 동안 계통 수는 점차 줄어들기 마련이다. 또 여자아이를 낳지 못하면 미토콘드리아 DNA 계통은 끊어지고 만다. 그러므로 평균 1만 세대 뒤에는 단 한 여성의 계통을 제외하고 다른 계열은 모두 끊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1세대를 20년에서 30년으로 잡으면 1만 세대는 20만 년에서 30만 년이다. 즉 이브가 20만 년 전에 살았다는 것은 당시에 이 여성 한 명만 살았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여성이 1만 명 있었다는 뜻이다. 이브는 현대 인류의 기초 유전자를 제공한 특별한 여성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DNA는 부친과 모친 양쪽에서 유전되며 다음 세대에 전해지기 전에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이브와 동시대에 산 많은 남녀의 DNA가 뒤섞인 형태로 우리 인류에 남게 된다. 현 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이브에게서 유래하더라도 유전적 특징을 결정하는 DNA 중 이브에서 유래하는 부분은 극히 적으므로 70억 명에 달하는 현 인류가 아프리카의 한 여자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뜻이다.

 

1950년대 에른스트 마이어는 고인류학을 연구하며 인류의 기원에 대해 매우 명쾌하게 정리했다.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진화했으며 호모하빌리스는 호모 에렉투스로, 호모 에렉투스는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 설명에 따라 크로마뇽인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매사가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자들은 인류의 진화가 다른 동물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도태되는 종도 많고 어떤 때는 서너 종이 같은 가지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이것이 다지역 기원설의 기본 생각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커얼리튼 쿤은 1962년에 <인종의 기원에서>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

 

인류가 모두 같은 조상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세계 인류 중 분류될 수 있는 첫째 집단은 각기 다른 지역에서 각기 다른 시대에 또한 독자적으로 진화돼온 영장류, 즉 호모에렉투스의 여러 후손들이다. 따라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결코 우리의 공통적인 조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쿤 교수는 25만 년 전에 이미 동아시아인, 폴리네시아인, 아메리카 인디언, 중국인과 다른 몇몇 민족을 이루고 잇던 몽골로이드와 유럽에 살고 있던 코카소이드, 훨씬 나중에 아프리카 흑인을 이룬 콩고로읻, 호텐토트 및 부시인의 카포이드 그리고 다시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과 피그미, 멜라네시아인, 파푸아인을 이루는 오스트랄 로이드가 존재했다고 설명한다. 이를 한 민족에 적용한다면 수십만 년 전부터 한반도에 원인이 살았다는 것이다. 즉 이들은 유럽에 산 사람들과 조상이 다름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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